기술의 발달과 함께 우리 “삶”도 변화하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는 저속한 밈, AI가 생성한 기괴한 이미지, 그리고 숏폼 영상이 세기도 힘들 만큼 업로드되고, 우리는 그것을 소비해 버린다. 신체적 감각은 점점 옅어져 가며, 모든 일이 화면 속에서 일어나는 것만 같다. 싱어송라이터/프로듀서/DJ인 xiihu(시후)는 이러한 현재의 삶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모순, 갈망으로부터 EP [WHOREMONES]를 만들었다. 사운드 측면에서 새로운 시도도 느껴지는 이번 최신 EP에 그녀가 담아낸 욕망과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Interview & Text:火気厳禁 / kakigenkin
—— xiihu님,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xiihu : 안녕하세요. 서울을 기반으로 프로듀서, 싱어송라이터, DJ로 활동하며 전자음악을 만들고 있는 xiihu입니다.
—— EP [WHOREMONES]는 이전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더 댄서블한 곡들이 수록되어 있네요. 이번 작품의 음악적 테마는 어떤 것이었나요?
xiihu : DJ로 활동하면서 클럽에서 틀고 싶은 음악은 많았지만, 점점 다른 사람의 곡이 아닌 제 음악을 직접 틀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어요. 그래서 이번 EP는 클럽에서 자연스럽게 울릴 수 있는 댄서블한 튠을 만드는 데 집중했고, 사운드와 비주얼 모두 화려하고 과감한 방향을 지향했습니다.
—— 이번 EP에서는 (주로 성적으로) 상대를 비하하는 듯한 나쁜 말을 일부러 사용하고, 그것을 오히려 과장 함으로써 여성의 성적 주체성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테마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xiihu : 저는 제 허락 아래에서 통제당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어요. 연애를 흔히 파워게임이라고도 하잖아요. 누군가를 통제하거나 통제당하는 관계에서 성적 매력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그 상황 자체는 제가 통제하고 싶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허용하고 예측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지배받기를 원하는 모순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제 욕망을 과장하고, 상대가 여성에게 사용할 법한 비하적이고 강한 표현들을 제가 먼저 가져와 사용했어요. 겉으로는 과도한 섹슈얼리티를 표방하지만, 그 안에는 결국 상대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도 내재되어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WHOREMONES]는 도발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제 욕망과 감정을 누구보다 솔직하게 드러내고 싶었던 앨범인 것 같아요.

—— ’thots(about u)’에서 그려지는, “가벼운” 행동을 하면서도 누군을 잊지 못하는 심정은 떨어진 곳에 있는 상대를 떠올리는 ‘tellmenow’와도 조금 닮았다고 느꼈습니다. xiihu님의 작품에 공통되는 테마로 ‘고독’이나 ‘갈망’이 있는 것 같은데, xiihu님에게 있어서 그러한 테마를 다루며 작업을 한다는 것은 어떤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xiihu : 고독과 갈망은 제 안에 가장 깊이 자리한 핵심적인 감정인 것 같아요. 저는 늘 고독을 느끼고 애정을 갈망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바라보거든요. 하지만 정작 정말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솔직해지는 게 어려울 때가 있어요. 상처받을까 봐 먼저 도망치거나 아무 말도 하지 않기도 하고, 반대로 제 모순된 행동으로 상대를 겁먹게 만들기도 해요. 그러면서도 계속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양면성이 자연스럽게 제 음악에 드러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고독이나 갈망을 다루는 작업은 현실에서 미처 표현하지 못한 감정을 음악 안에서라도 솔직하게 드러내는 과정에 가까워요. 어쩌면 언젠가 그 상대가 제 음악을 듣고 제 마음을 알아차려주기를 바라는, 조금은 수동적인 고백이기도 하고요.
—— ’submissive & breedable’은 남녀의 시점을 반전시키는 아이디어가 흥미로운 곡이네요. 1절에서는 신체적인 묘사, 2절부터 인공적인 모티브가 등장하는 점이 특히 흥미로운데, 이 곡의 제작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xiihu : 사실 제목처럼 상대에게 복종하는 것은 제가 원하는 것이기도 해요. 다만 단순히 “내가 너를 지배하겠다”거나 “너는 나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이야기보다는, “나는 너에게 완전히 침범당하고 복종하고 싶으니, 먼저 내가 그래도 될 만한 이유를 만들어줘”에 가까워요. 결국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나를 지배해달라’는 모순적인 메시지인 셈이죠.
가사는 처음부터 1절과 2절의 이미지를 명확하게 구분해 설계했다기보다 직관적으로 써 내려갔어요. 1절에서는 입, 시선, 쇄골처럼 신체적이고 직접적인 이미지를 사용해 두 사람 사이의 역할과 긴장감을 표현했어요. 동시에 “I own the word, not the name”이라는 가사에는 상대가 붙이는 이름에 규정되기보다, 그 언어를 제가 먼저 소유하고 주도권을 쥐겠다는 태도가 담겨 있고요.
2절에서는 비닐, 전압, 클릭베이트, 알고리즘처럼 인공적이고 디지털적인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해요. 처음부터 어떤 의미를 정해두고 쓴 것은 아니지만, 완성하고 보니 1절의 육체적이고 사적인 이미지가 2절에서 인공적이고 외부적인 이미지로 확장되면서 흥미로운 대비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정해진 역할이나 이미지 안에 고정되지 않고 그것을 제 방식대로 비틀고 싶다는 태도는 두 절에 공통으로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 MV 역시 마찬가지로 “여성의 성적 주체성”을 캠프(camp)한 감각으로 시각화하고 있습니다. 감독을 맡으신 eerie님과는 어떻게 작업을 진행하셨나요?
xiihu : eerie는 초등학생 때 같은 미술학원에 다녔던 친구예요. 스무 살이 넘어서 다시 연락이 닿았고, 제가 2025년 정규 앨범을 준비하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디자이너를 찾던 중 처음 함께 작업하게 됐어요.
개인적으로도 친하지만 서로의 취향과 미감에 대한 이해가 깊어서, 작업할 때 의견 충돌이나 소통의 어려움이 거의 없는 편이에요. 이번 MV 역시 제가 생각한 여성의 욕망과 권력관계를 이번 MV에서는 제가 생각한 여성의 욕망과 권력관계를 eerie가 캠프적인 감각의 과장된 이미지로 확장해 주었고, 서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완성했습니다.제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면서도 그것을 더 강렬한 시각적 언어로 발전시켜 주는, 아주 뛰어난 디렉터이자 멋진 친구라고 생각해요.
—— ’digital4play’에서는 SNS에서의 밀당을 그리고 있는데, 과거에 발매된 곡 ‘love machine’ 등에서도 디지털 공간에서의 일이 모티브가 되고 있습니다. 연애에 국한되지 않고, SNS의 존재는 현대의 인간관계에 있어 어떤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xiihu :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 제대로 관계를 맺으려면 인터넷이 없어져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할 때도 있어요. 특히 연애에서는 더더욱요.
디지털 공간에는 상대의 표정이나 말투, 상황 같은 실체적인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 빈틈을 계속 추측으로 채우게 돼요. 관계가 잘 풀릴 때는 그 추측조차 긴장감이나 설렘, 일종의 재미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작용하기 시작하면 상대가 눈앞에 없어도 매시간 그 사람의 접속 상태나 답장, 게시물 같은 것을 신경 쓰게 되죠. 그러다 보면 실제로 함께하지 않는 사람의 존재가 오히려 내 일상을 더 많이 차지하기도 하고요.
동시에 관계를 끊어내는 일도 너무 쉬워졌어요. 충분한 설명 없이 차단하거나 언팔로우해 한 사람을 삶에서 지워버릴 수 있으니까요. 저는 그런 방식에서 진정성이 결여됐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고, 그게 꽤 슬퍼요. 물론 SNS 덕분에 물리적 거리를 넘어 관계를 맺고 이어갈 수 있다는 장점도 분명하지만, 바로 그 특성이 집착과 오해, 무책임한 단절을 가능하게 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합니다.
—— 타투 아티스트 JINJINNEEDLE님이 기획하는 프로젝트 ‘Skinomakase’의 참가 멤버로서 출연하신 파티에서도 이 EP의 곡을 선보이셨죠. Instagram에서도 때때로 스포를 해주고 계시는데, 다시 한번 이 ‘Skinomakase’ 프로젝트에 대해 알려주세요.
xiihu : ‘skinomakase’는 디렉터로 아티스트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제 친구 JINJINNEEDLE이 기획하고 있는 프로젝트예요. 그중 저는 Skinomakase sound system 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타투 손님으로 만난, 혹은 각 도시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알게된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하나의 컴필레이션 또는 프로젝트 앨범으로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제가 참여한 트랙은 현재 ‘MENACE’라는 제목을 생각하고 있어요. 이 곡에서는 랩을 비롯해 평소 제 개인 작업에서는 잘 시도하지 않았던 보컬 스타일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기존의 xiihu와는 조금 다른, 제 안의 또 다른 자아를 꺼내놓은 트랙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아직 모든 것을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앞으로 어떻게 확장될지 저 역시 기대하고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 xiihu님의 앞으로의 개인 활동에 대해도 물어봐도 될까요?
xiihu : 10월에는 [WHOREMONES]의 디럭스 앨범을, 11월에는 리믹스 앨범을 차례로 발매할 예정이에요. 올해 남은 기간에는 새로운 트랙과 여러 버전의 곡들을 통해 [WHOREMONES]의 세계를 조금 더 확장해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올해가 가기 전까지 계속될 호르몬을 마음껏 즐겨주세요.
—— 일본의 문화, 특히 만화·애니메이션을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떤 경위로 그러한 작품들을 접하게 되셨나요?
xiihu : 어릴 때《포켓몬스터》를 좋아했던 것을 계기로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자연스럽게 접했던 것 같아요. 제가 처음 읽은 만화로 기억하는 작품은《슈가슈가룬》이고요. 이후 순정만화부터 소년만화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작품을 찾아보게 됐어요. 정확히 어떤 작품이 결정적인 계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린 시절부터 일본 만화 특유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강렬한 캐릭터, 독특한 세계관에 꾸준히 매력을 느껴왔습니다.
—— 마지막으로, [WHOREMONES]를 듣고 계신 리스너, xiihu님의 팬, 그리고 모든 여성분들을 향해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xiihu : 여러분, 원하는 것을 원한다고 말하고 요구해도 됩니다. 살아보니 그런 것 같아요. 물론 저도 요구하는 일을 잘하지 못해요. 거절당하거나 상대를 잃을까 봐 무섭거든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결국 나 좋자고 살아가는 인생이니까, 자신의 욕망이나 의견을 지금보다 조금 더 솔직하게 꺼내놓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상대가 받아주지 않는다면 아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원하는 마음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니까요.
특히 여성들이 자신의 욕망을 억압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WHOREMONES]도 제가 원하는 것과 두려워하는 것을 동시에 솔직하게 말해보려 만든 앨범이에요. 들어주시고 제 솔직함을 함께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xiihu: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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