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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권나무 인터뷰】생활인이자 창작자로 산다는 것. 한국대중음악상 포크 부문 2관왕의 이면②|INTERVIEW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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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으로부터 6년. 대망의 4집 앨범 [The Fragrance of Life]를 들고 돌아온 권나무가 2026년 제23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포크 음반’과 ‘최우수 포크 노래상’ 2관왕을 차지했다.

영예로운 시상식 무대 위에서 그는 기쁨과 당혹감이 뒤섞인 표정으로 “선물을 잘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죠. 기쁜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마음이 무거워지는 아이들. 제가 딱 그랬습니다”라며 자신을 그런 아이에 비유했다. 그리고 “음악 덕분에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는 삶을 살아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음악에게 빚진 게 참 많아요”라며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음악에 대한 깊은 감사와 책임감을 전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한편, 그는 초등학교 교단에 서고 아버지로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생활인’이기도 하다. 제한된 조건 속에서도 자신답게 표현을 이어가는 것. 그것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 그가 시상식에서 전한 메시지는 바로 이번 앨범에 감도는 ‘삶의 향기’ 그 자체다.

수상 이후 다소 시간이 흐른 지금. 그가 다시금 들려주는 음악에 대한 마음과, 공백의 6년 동안 있었던 내면의 갈등, 그리고 ‘생활인이자 창작자’로서 그의 현재 위치에 귀 기울여 보았다.

Interview & Text:AKARI(BUZZY ROOTS)

4집 앨범의 결실, 하나의 작품으로 이어진 순간

—— 4집 앨범 [삶의 향기]의 구상은 언제쯤부터 시작되었어요? 앨범의 콘셉트를 정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계기나 사건이 있었는지도 함께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2019년 정규 3집 [새로운 날]을 발매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스럽게 새앨범을 구상하였지만 제 스스로가 충분히 받아들일만한 좋은 작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은 그 일의 종류나 성격 등에 따라서 그것에 잘 맞는 작업 방식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음악에 있어서 만큼은 저는 미리 계획된 순서나 절차에 따라 작업하는 방식이 잘 맞지는 않았습니다. 음악 작업에 관해서는 시간 같은 것에 크게 압박을 느끼고 싶지도 않았고, 실제로 제 성격도 빠르게 무언가를 만들어 내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의연한 편이라 괜찮았습니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내가 만들고 싶다고 좋은 작품이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니라는 제 나름의 받아들임 같은 것들에서 기인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단지 무언가 만들어질 수 있을 때를 기다리기만 하겠다는 수동적인 태도 같은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어떤 특별한 찰나나 순간 같은 것들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그런 반짝임의 순간을 ‘영감’이라 말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창작을 위한 그런 반짝이는 순간들은 그냥 가만히 기다린다고 해서 내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미지든 생각이든, 표현하고 싶은 감정이나 정서든, 이야기든 창작을 위한 상태일 때에는 내가 감각하는 것을 향해 온 정신이 쏠려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마치 일부러 그것에 너무 집중하거나 너무 매몰되지는 않으려고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나 자신에게 결정적인 목적지에까지 바로 내달려 도착하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주변을 산책하듯 빙빙 둘러보며 슬쩍 가까이 다가가보거나 또 잠깐 멀어지기도 하면서 그렇게 조금씩 그 주변을 나의 언어로 설명해보거나 구체화 해나가기도 하는 과정이 제게는 익숙한 방식입니다. 무엇이건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하고, 받아들여야만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겠죠. 모든 것들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판단은 직관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에 관해서는 제 나름의 내적인 정합성을 갖기 위해 곱씹어보는 과정들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녹음을 준비하며 메모들 #01

녹음을 준비하며 메모들 #02

머릿속에서는 각자 어떤 것을 표상하는 막연한 이미지 같은 것들이 서로 연결되지 않은채 꽤 오랜시간 부지런히 공간 속을 움직이며 공전합니다. 그러한 과정들 속에서 어떤 것과 어떤 것이 충돌하거나 연결점을 만들면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결코 서로 연결되지 않은 채로 한참 방치되듯 떠다니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이러한 상태에 대한 인식은 제가 제 나름의 서사나 이야기 구조, 혹은 어떤 시기나 시절의 정서 같은 것들을 음악이라는 표현 방식으로 엮어 내고자 하는 의지 때문에 중요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는 그동안 주로 앨범 단위의 창작을 해오게 된 이유와도 맥이 닿아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훨씬 어려우면서도 의미있고 또 재미있는 일입니다. 제 앨범 속 곡들은 저에게는 개별적으로 존재하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각 앨범 속 나란히 모인 다른 곡들과 함께 있어야만 하는, 반드시 각자 그 자리에 있어야만 전체로서 모든 것이 가장 조화롭다고 생각하는. 제 나름대로는 늘 그런 모습을 떠올리며 앨범을 만들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4집 [삶의 향기]를 작업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3집을 발매한 이후 6년이라는 시간동안 라이브는 끊임없이 이어왔지만 대부분의 시간동안 충만한 작업은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창작을 쉬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앨범에 수록할 수 있을만한 곡이 40여 곡은 족히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곡들을 한데 모은다고 결코 앨범이 될 수는 없는 것이었습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제가 늘 이와 같은 단심을 갖고 견뎌온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영영 새로운 앨범은 발매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을 만큼 막막했던 순간에는 그냥 한번쯤 아무것도 못본 척 눈을 감고 마치 이 모든 것이 의도된 것처럼, 멋진 의미들로 연결된 앨범인 것처럼 나 자신을 먼저 속인 다음 한 곡 한 곡 그럴듯 한 옷을 입히고, 곡들끼리 원래 아주 친했던 사이인 것처럼 서로 손을 맞잡게 하고 웃으며 가족사진을 찍게 하는 것처럼 앨범으로 묶어 세상에 내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게 맞는 방식도 아니었을 뿐더러 무엇보다 제가 잘 할 수 있는 방식도 아니었기 때문에 오래 생각할 거리는 되지 않았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그동안 저는 제가 하기 싫고 내키지 않고 할 수 없는 것들을 하지 않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선택해 온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 하루는 제 리듬으로 움직이되, 멀리에서 보면 아주 긴 시간을 그대로 견디는 편이었습니다.

앨범 커버 아트워크 아이디어 스케치(2025. 4. 28. 밤 11시 경

상상해봐 주세요. 노래들이 각자 머리 위에 고리를 달고 어두운 공간 속에 흩어진 채 떠다니는 것을요. 곡들은 틀림없이 각자의 색깔로 알록달록하지만 워낙 어둡고 넓은 공간에 띄엄 띄엄 흩어져 있어서 흐릿한 채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여름 날 결국 저는 가장 중요했던 한 곡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 곡이 선물처럼 제게 찾아와 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곡의 스케치를 빠르게 마쳤을 때 저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이제 됐다!’ 그 곡은 자기 몸 끝에 긴 줄을 매달고 어둠 속을 빠르고 자유롭게 날며 오래도록 서로 멀리 흩어져 있던 노래들의 색색의 고리들을 한번에, 경쾌하게 꿰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제 주변을 맴돌던 것들이 하나로 연결되고, 해소되고, 소화되고, 살아나고, 의미가 되고, 방향이 되고, 목적이 되고, 결론이 되는 아주 밝고 환한 밤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비로소 본격적인 앨범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의 작업 과정에서는 머뭇거리거나 주저할 일은 없었습니다. 그 곡은 [삶의 향기]에 수록된 10번 트랙 <청춘> 입니다.

요즘 난 넓은 들판 위에 잠시 돌아누운 채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지만
사랑한다면 그냥 걸어갈게
되묻지 않고
—— Track 10「Youth(청춘)」

    

   

창작의 시작이란, ‘찰나’를 포착하는 일

—— 가사의 선택과 전개 방식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삶의 향기’라는 제목에 걸맞게, 일상 속의 사소한 행복이나 어떤 진실에 자연스럽게 닿게 하는 깊이 있는 가사들이 특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작은 사실들이 담담하게 축적되다가 어느 순간 하나의 큰 의미를 이루고, 그것이 결국 삶을 형성해 나가는 듯한 구조로도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가사를 어떤 의식과 과정 속에서 써 내려가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렇게 들어주셨다니 어떤 말을 더 덧붙이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제 경우에는 대부분 어떤 곡이든 최초의 창작은 어떤 찰나에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지나고 보면 그 순간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찰나의 주변을 감싸던 공기 같은 것, 이를테면 그날의 분위기 방의 조도나 날씨의 습도 같은 것, 창 밖으로 흔들리는 나뭇가지의 색 같은 것들이나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대와 같은 그때의 풍경 같은 것들은 오래도록 제 안에 생생합니다. 창작의 시작은 어쩌면 그 찰나의 포착, 찰나의 승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펜을 듦과 동시에 뚜껑을 닫아 마치는 창작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창작은 그 찰나의 포착에서 시작해 그것을 확장해 나가거나 붙잡고 더 깊은 곳까지 흘러가보는 것이거나, 오히려 그것의 정 반대 쪽으로 과감하게 뛰어 넘어가 보는 일들로 이어져왔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붙잡았다면 잘 끝마칠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창작은 용기로 시작해 책임으로 마쳐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한편 그 찰나에 제가 포획할 수 있었던 적확한 노랫말이 있었다면 그것은 아마 평소 제가 그 낱말들, 어떤 생각들, 관념들, 어떤 문제들, 불편함들, 거슬리는 감정 같은 것들, 지나치게 안락하고 이끌리는 것들의 주변을 어슬렁거린 덕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언가에 골몰하여 너무 깊은 생각에 빠져드는 것은 제게 익숙한 습관은 아닙니다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를 쉽게 잊지 않고 오랜 시간동안 천천히 그 주변을 산책하듯 맴도는 것은 제게는 익숙한 방식입니다. 그런 ‘어슬렁거리기’는 삶을 조금 더 주체적으로 살 수 있게 합니다. 어슬렁거리기야말로 나의 리듬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상의 주변을 어슬렁거리다보면 그것이 나를 더욱 강하게 잡아당기든 내가 그것을 향해 더 다가가보든 거리를 조정해 나가는 과정들을 겪으면서 생각의 겹들이 다층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진정으로 관심을 갖고 있지 않던 것들로부터는 자연스럽게 멀어지기도 합니다. 내 마음 속에서 일종의 ‘진실’들을 확인할 시간을 주는 것이죠. 무엇이든 나의 언어로, 나의 감각으로 소화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를 휘감고 있는 화두나 감정, 어떤 관념들에 관해서 너무 빠른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습니다. 판단은 직관적으로 하게 되더라도 그것을 해석할 수 있는 힘은 충분한 시간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결국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이나 음악적 언어로의 표현도 충분한 시간 속에서 나올 때 조금 더  여유롭고 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복잡한 것들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단순하게 정리되곤 했습니다. 복잡한 것은 그 자체로 복잡한 것이겠습니다만, 복잡한 것들 사이로 편안하게 산책하듯 걷는 어떤 우아한 사람을 떠올려봅니다.

너의 마음속에 깊은 밤이 있다면
그건 나의 맘속에도 역시 있단 얘기지
나의 마음속에 밝은 별이 있다면
그건 너의 맘속에도 역시 있단 얘기지

오래된 슬픔을 설명하고
눈앞의 기쁨을 외면하면
눈앞의 기쁨은 사라지고
오래된 슬픔만이 여전하지

—— Track 03「Inside Your Heart(너의 마음 속에)」

손 베일 것 같이 날카롭지만 글썽이던 눈
무너질 듯이 흔들리지만 소리치던 입
—— Track 11「Afterimage (Echoes We Write To)(잔상)」

    

자연스럽게 붙잡을 줄도, 자연스럽게 놓을 줄도 아는 일

—— 환경음을 샘플링한 ‘Everyday Life’에서 마지막 곡 ‘To Us’로 이어지는 흐름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연의 소리나 아이들의 목소리처럼 ‘생활’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들이 등장하며, 앨범 전체에 좋은 리듬과 변화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느꼈습니다.이러한 소리들은 평소 권나무님의 일상 속에서 들려오는 것들인지 궁금합니다. 또한 필드 레코딩을 진행하시면서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함께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좋아하는 계절에 녹음기를 켜 셔츠 주머니에 넣고 걸으며 출근했습니다. 하루의 일을 시작하는 소리와 마치는 소리를 담았습니다. 일하는 곳이 학교여서 아이들의 목소리와 생활 소음들을 담고 싶었습니다. 먼 훗날 더이상 이 일을 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오더라도 이 소리들을 찾아 듣는다면 그 아침 풍경들을 잊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녹음을 하며 자주 들렀던 좋아하는 식당의 소리들과 가족들과의 통화들을 담았습니다. 딸의 어린 목소리도 조금 담아두고 싶었습니다. 

스튜디오에서의 작업 마지막 날 가족들과 함께. 진주, 경상남도, 대한민국

질문의 초점과는 조금 다르지만, 녹음을 하며 에피소드 한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앨범 작업을 위해 매 주말마다 제가 사는 곳으로부터 4시간 정도 차를 몰고 가야 하는 곳에 있는 스튜디오를 찾았습니다. 정말 고된 일정이었습니다만 꼭 그렇게 해야만 했습니다. 앨범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즈음 늦은 시간까지 녹음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밤 정신이 무언가에 홀린듯 큰 사고가 난 적이 있었습니다. 몰던 차의 전면부가 거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만큼 부숴진 큰 사고였습니다만 큰 행운이 따라 다행히 몸은 크게 다치지 않았습니다. 저는 미신 같은 것을 믿지는 않지만, 이성과 합리로만 설명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는 관심과 존중을 갖고 있습니다.

놀란 가족들에게 미안해 차마 제대로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이제는 좀 시간이 지났으니 말씀드려 볼 수 있겠습니다. 쾅! 하고 사고가 나는 순간 저는 무섭고 두렵기보다는 마치 ‘올 것이 왔다’라는 서늘한 해소의 감정 같은 것이 밀려왔습니다. 4집 작업을 하는 내내 저는 어떤 운명적인 흐름 같은 것을 감각하고 있었지만, 잎 밖으로 내는 순간 모든 것이 꼬여 버릴 것만 같아서 신중하고 싶은 마음에 누구에게도 그것에 관해 제대로 설명하거나 말한 적은 없었습니다. 작업이 끝을 향해 갈수록 모든 것이 하나씩 차분하게 정리되어 감과 동시에 제 마음 속에는 풍선이 부풀다 곧 터져버릴 것 같은 숨찬 마음 같은 것이 함께 커져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양립하기 힘든 상태의 양가 감정 같은 것들어서 제 스스로 충분히 다루어 내기는 어려웠습니다. 제 나름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되 신중하자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사고가 난 것입니다. 눈 앞에 커다란 차가 보이고 쇳덩어리가 찌그러지는 그 소리가 들리는 순간 부풀던 풍선이 펑 하고 터진 것만 같았습니다. 거의 죽다 살아난 것과 다름 없는 큰 사고를 겪고 차에서 걸어나와 사고를 수습하고는 뜨는 아침 해를 보며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평화롭게 잠들어 있는 가족들을 보았습니다. 저에겐 새로운 날이 시작되는 것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한국에는 좋은 일을 앞두고 불운을 겪으면 좋은 일을 맞이 하기 위해 나쁜 기운을 미리 털어낸 것이라는 뜻의 ‘액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슬픔이나 불행을 겪은 사람을 위로하며 앞으로 딛고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날 큰 사고를 딛고 앨범 작업을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어 다행이고 감사했습니다. 지나고 보니 운전하다 넋을 놓을만큼 정성을 쏟은 작업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네 안의 흔들림을
네 안에 살아 움직이는
텅 빈 마음속에서도
변치 않는 무언가를
—— Track 13「To Us(우리에게)」

    

—— 앨범 소개문에서 “많은 것들이 너무도 빠르게 변화하고 어느새 조금씩 시대에서 빗겨나고 있음을 감각합니다.”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부분이 특히 인상 깊었고, 깊이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4집 앨범을 통해 스스로 이루고자 했던 것, 혹은 표현하고자 했던 바는 무엇이었고, 앞으로도 음악에 있어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해 가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많은 것들이 예전과 같지 않아짐을 조금씩 느끼고 있습니다. 한때 내가 당연히 갖고 있다고 생각한 것들이 어느새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차리게 되었을 때 말이죠. 아쉽기도 하고 잠깐씩 쓸쓸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 한 구석이 오히려 편안하고 환해짐을 느끼기도 합니다. 올 것임을 알고 미리 기다리던 마음 같은 것이랄까요. 그러나 분명히 말해 두고 싶은 것은, 마치 모든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라던지 물은 물이요 산은 산이로다와 같은 달관의 태도를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닙니다.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있다면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한 다음 그 안에서 내가 만들어 갈 수 있는 흐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삶은 어쩌면 영원히 한 걸음 두 걸음씩 점점 뒤로 물러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오래 기억하는 좋은 날들은 천천히 물러나던 자리에서 잠깐씩 멈추어 풍경을 바라볼 수 있었던 아름다운 찰나가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물론 그 때의 나와 우리는 그 때에 맞는 무언가를 열심히 붙잡고 보듬고, 물러서지 않기 위해 지키고 견디기도 하면서 굳세고 곧은 마음과 태도로 그때를 살아내는 것이 삶과 사랑에 대한 마땅한 도리이자 인간성에 대한 존중일 것입니다. 시들어갈 것임을 안다고 해서 피지 않는 꽃은 없는 것처럼 말이죠. 제 음악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저일 것이고, 변해 가는 것이 있다면 그것 역시 저일 것입니다. 음악은 결국 저를 담는 그릇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안에도 아직은 한번쯤 크게 변해보고 싶은 것들에 대한 열망도 있습니다. 그러나 뜻한다고 다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의 속도와 시간에 맞게 자연스럽게 따라 걸으며 자연스럽게 붙잡을 줄도 알고 또 놓을 줄도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관해서는 특별히 제가 드릴 수있는 말씀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한다고 해도 변치 않는, 잃지 않아야 할 무언가를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도 중요할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잘 알고 무엇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려는 태도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건, 기꺼이 한번 변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건 어떤 것을 선택하든 단지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떠밀리듯 어쩔 수 없는 선택들, 쉬운 선택들만 하지는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개개인의 삶의 변화이든, 시대 사회적 변화에 관한 인식이든 자신의 속도와 방향을 믿고 곧은 마음으로 나아가보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설사 그것이 조금 빗나간 결론에 도착하더라도 온전히 자신의 길을 진실하게 걸어 왔다면 무엇을 어떻게 되돌아 보아야 하는지, 무엇이 가장 중요했던 것인지, 그래서 이제는 어디로 향해야 할지에 관해서도 조금은 더 잘 알아챌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음악 활동과 창작, 앨범 역시 그런 삶의 태도 위에서 제 나름 선택해 걸어와 본 길이자 이 순간에도 걷고 있는 곳이겠지요. 지금 제가 감각하는 이 모든 것들 역시 점차 시들어 가게 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잠깐 멈추어 서서 바라보게 된 감사하고 아름다운 삶의 풍경이자 코 끝을 스치는 은은한 삶의 향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번 길을 나서 걸어보면 될 일인데
때론 너무 오래 잠긴 채
불어오는 바람에 넓은 기지개를 켜고
어둠이 깊었더라도 난 좀 더 생생하게 말하겠네
—— Track 07「Close By(가까이에)」

어떻게든 기다리는 것 나 누굴 만나든지
보이는 것들로부터 조금씩 깊어지는 법
소유하지 않는 사랑이 만들어 낸 진실
눈 감으면 반짝이는 아이들이 노는 소리
—— Track 09「New Year(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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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RI

AKARI

BUZZY ROOTS 主宰

1994年生まれの自称、韓国音楽PR大使。インディペンデントな韓国のミュージシャンや業界人を中心にインタビューやコラムを執筆。「韓国の音楽をジャンルレスに届ける」をモットーに、韓国インディ音楽に特化したWEBマガジン「BUZZY ROOTS」の運営や、音楽・カルチャーメディアへの寄稿、広報、DJイベントへの出演、アーティストのアテンドなど、できることなら何でも形を問わず行なっています。プライベートでは、韓国人の夫と結婚し、二人の子どもを出産。子育てをしながら東京とソウルを行き来していま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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