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다양한 밴드가 있지만, 인디씬을 보면 어딘가 아쉬운 점이 있다. 한국 인디씬에는 유머 감각이 별로 없다. 특히 진지한 주제를 다룰 때는 진지하게 써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 세일러허니문은 이런 틀을 깨부순다. 앨범 제목부터 이 당당한 3인조의 세계로 초대한다.

밴드를 처음 접하는 분들을 위해 소개하자면, 밴드는 애비 레이메이커 (보컬/드럼), 신재은 (보컬/기타),그리고 김예림 (베이스/어쩌면 마스코트로 추정됨)으로 구성된 3인조이다. 이들은 2022년에 결성되고 2024년 셀프 타이틀 EP를 발매했다. 최근에는 라이브 공연에 집중하던 시기를 잠시 접고, 데뷔 앨범에 수록될 싱글과 뮤직비디오 연이어 발표했다. 특히 무키무키만만수를 떠올리게 하는 ‘Pickle’ 뮤직비디오는 세일러허니문이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의 페미니스트 에너지와 위트 있는 유머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밴드임을 명확히 증명한다.
[The Worst of Sailor Honeymoon] 13곡으로 구성된 완벽한 펑크/라이엇 걸 장르의 입문작이다. 무대에서 하이텐션으로 소문난 이 팀은 이번 앨범을 통해 그들만의 분위기를 못 박아 놓았다. 초기 곡들과 비교해 들으면 드럼 연주가 훨씬 정교해졌다. 뻔한 펑크 비트 대신 다채로운 영감을 통해 리듬감을 느끼게 한다. 보컬도 더 겹겹이 쌓여있고 가창 스타일도 입체적이다: 무심한 보컬과, 그런지 보컬, 화음, 대위법과 더불어 다람쥐 같은 목소리도 있다. ‘Having Fun’, ‘Paperwork’, ‘Extinction’은 밴드의 실험적인 면모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트랙들이다. 이 세 곡은 각각 청각을 자극하는 기타와 하이햇의 질주, 우리가 모두 가장 싫어할 만한 서류 작업을 주제로 한 글리치 앤섬(anthem), 그리고 짧은 종말론적 연출을 담고 있다.
반면 ‘I Wanna Leave you’와 ‘My Band’ 같은 트랙은 얼터너티브 록, 펑크, 포스트 펑크를 사랑하는 라이엇 걸 밴드답게 이들이 가진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I Wanna Leave you’는 밴드의 헤비하고 폭발적인 에너지를 잘 보여준다. 손절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심플한 곡으로, 고양이를 싫어하고 오이 싫어하는 것, 그리고 양말에 샌들을 신는 것과 같은 것들에 대한 불만들이 결별의 이유로 나열된다. ‘My Band’은 밴드 생활을 자학적으로 바라보는 무덤덤한 유머 있는 곡이다. 이 트랙은 20대를 낭비하지 말라고 청자들에게 경고하는 듯한 메시지가 있고, “I’m 30 years old(나 서른 살이야)”라는 대사와 함께 갑작스럽게 툭 끊긴 듯 끝난다.
[The Worst of Sailor Honeymoon]은 밴드가 고유의 뿌리를 잃지 않으면서도 성장을 거듭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앨범이다. 이 앨범은 세일러허니문이 얼마나 한국 인디씬에서 매력적인 밴드인지 보여주며, 기존 팬과 새로운 팬에게 이들의 색깔을 온전히 전달해 낸다. 3인조가 락스타 같은 허세나 거만함이 없다. 그저 친구 셋이 함께 음악으로 사회를 비틀어 가며 이야기한다.

Text:Christian Isu Mata
Editing:AKARI(BUZZY ROOTS)
Release Information
Sailor Honeymoon『The Worst of Sailor Honeymoon』

Release Date:2026-8-14
Release Format:Streaming & Download
Label:Good Good 굿굿 Records
Track List:
01. Bad Apple
02. Armchair
03. I Wanna Leave You
04. Pickle
05. Having Fun
06. Don’t Do That
07. Money
08. My Band
09. Red
10. Click Click
11. Paperwork
12. Don’t Wanna
13. Extinction
■ Streaming links:Spotify
■ Sailor Honeymoon: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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